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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 인터넷 익명성에 기댄 ‘불신의 사회’

김민섭 [Dr. rafael] 2010. 10. 8. 21:55

인터넷 익명성에 기댄 ‘불신의 사회’

세계일보 | 입력 2010.10.08 21:13

 

'타진요' 카페 매니저 등 누리꾼 20명 수사
학력 중시 풍조·연예인 일탈 등 사태 키워

가수 타블로(30·본명 이선웅)의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 사실이 8일 경찰에 의해 공식 확인됐다. 이로써 1년 가까이 온라인을 들끓게 한 타블로의 학력위조 의혹은 일단락됐다. 이 사건은 사실이 아닌 주장도 인터넷에서 쉽게 사실인 것처럼 퍼져 확대·재생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힐 만하다. 일부 연예인의 잇따른 일탈행위로 국민들 사이에 퍼진 연예계에 대한 불신감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 타블로 스탠퍼드대 졸업 확인

 

 

8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며 타블로는 1998년 9월 스탠퍼드대에 입학해 2001년 3월 학사학위를 땄고 다음달 같은 대학 석사과정에 입학해 2002년 6월 졸업했다. 경찰은 대학에서 받은 성적증명서를 타블로 측이 제출한 서류와 함께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에 감정을 의뢰, 문서의 형식과 문양이 일치하고 타블로 측의 증거자료가 진본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경찰은 타블로와 기숙사 생활을 한 미국인과 스탠퍼드대 한국동문회 관계자 등도 조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출입국 기록상 타블로가 총 9차례 입국했지만 (그의 해명대로) 방학 때에만 국내에 체류했다"며 "학력을 위조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타블로 측이 고소한 누리꾼 22명의 IP(인터넷주소)를 추적해 중복자를 제외하고 20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인터넷 카페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 매니저로 활동하는 아이디 'whatbecomes'는 미국 국적의 김모(57)씨로, 친구 주민등록번호로 차명 아이디를 만들어 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미국에 거주하는 김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인터폴에 수사협조를 의뢰하는 한편 나머지 19명을 입건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whatbecomes'에서 시작된 의혹

이번 사건은 3년9개월 만에 미국 명문대에서 석사학위까지 딴 힙합가수라는 타블로의 이력을 지난해 11월 일부 누리꾼이 검증하겠다고 나서면서 시작됐다. 지난 4월 타블로 측은 악플러 1명을 경찰에 고소했고, 한달 뒤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타진요)란 인터넷 카페가 만들어지면서 다툼이 본격화됐다.

8일 현재 회원 18만여명인 이 카페는 타블로가 스탠퍼드대에 다니지 않았다는 그럴듯한 증거들을 연이어 올렸다. 스탠퍼드대 논문 목록에 타블로의 석사학위 논문이 없고, 미국 학력인증기관을 통해 확인한 재학 기간이 타블로 측 설명과 다르다는 점 등이 주 내용이었다. 타블로는 한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하다가 뒤늦게 논문을 쓰지 않고 졸업하는 석사 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재학 기간이 다른 것도 학력인증기관의 전산 오류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타블로가 스탠퍼드대를 실제로 졸업한 다른 '다니엘 선웅 리'를 사칭한다는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타블로 측은 누리꾼 22명을 고소했고, 인터넷 카페 '상식이 진리인 세상'(상진세) 회원 4명은 타블로를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사건은 수사기관으로 넘어갔다.

◆익명의 공간, 믿지 않는 사회

이번 사태는 인터넷 공간의 익명성, 학력에 극도로 민감한 사회풍조, 해외파 연예인에 대한 불신 등이 맞물려 빚어졌다는 분석이다. 익명의 공간에서 일부 누리꾼은 이른바 '누리꾼 수사대' 역할을 자임했고 의혹을 끊임없이 생산해 냈다. 연예인 신상에 지나친 관심을 갖는 일부 누리꾼들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퍼나르고 댓글을 달고 내용을 공유하는 사람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의혹'이 '사실'로 굳어지게 된 것이다.

병역비리와 열애설 등이 제기될 때마다 부인으로 일관하고 원정도박과 음주운전 등 일탈 행위를 저지른 일부 연예인이 연예계에 대한 불신을 키운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중앙대 신광영 교수(사회학)는 "사회지도층의 학력이 허위로 드러나는 등 공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보여준 것에 대해 불신이 쌓인 상태"라며 "불신과 의심이 특정인에게 집중적으로 표출되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하지현 교수(신경정신과)는 "타진요 핵심 멤버들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사회적 명성과 리더십을 지난 수개월 만에 얻었다. 그들로서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자기 존재 가치가 사라진다고 믿게 된다"면서 "의혹이 수그러드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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