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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별과 그린 라이프

고목 / 아침 명상 본문

Welcome to green life/+ 꿈은현실이될수

고목 / 아침 명상

김민섭 [Dr. rafael] 2011. 1. 8. 07:12

 

 

 

 

 

 

아침의 명상

 
      ♤ 고목(枯木) ♤ 白虬倒立碧山陰 斤斧人遙歲月深 백규도립벽산음 근부인요세월심 堪歎春風吹又過 舊枝無復有花心 감탄춘풍취우과 구지무부유화심 - 이담지(李湛之,고려 고종 때),枯木 - 푸른 산 그늘 아래 흰 규룡 박혀 서니 나무꾼 아득한 채 세월이 깊었구나. 봄 바람 불어서 또 다시 지나가도 옛 가지에 꽃 필 마음 다시 없음 탄식하네. 푸른 산 꼭대기를 지나는데 흰 용이 하늘에서 내려오다 그대로 땅에 쳐박힌 형상으로 설해목(雪害木)이 앙상한 뼈만 남은 채 서 있다. 나뭇꾼의 도끼질도 닿지 않을 높은 곳이어서, 머리를 땅 속에 박은 채로 헤일 수 없는 세월만 흘렀다. 대지엔 다시 피가 돌아 봄바람이 살랑대며 불어와 마른 가지 끝에 잎이며 꽃이며를 슬쩍슬쩍 피워 올리는데, 희로애락의 감정을 다 사윈 흰 줄기는 미동도 하지 않고 서있다. 억겁의 세월이 그 앞에 무색하다.
        
      머리엔 백발이
      몇걸음 디디시고 나면
      걸음 멈추시고 긴호흡하시는 아버지
      넓어 보이기만 했던 어깨며 등이
      안스러원 보듬어 주고 싶은 마음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월속에
      아버지라 부르는 거목(巨木)에
      부위를 쪼아대며
      고목(枯木)으로 만들었을까
      길상호님의 글을 떠올려본다.
      숲에 들었다가 코코코코콕,
      나무를 쪼아대는 딱따구리 소리를 듣고
      눈길을 돌리니 팽나무 고목이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다.
      병든 부위 새가 망치질을 할 때마다
      몸속에 그어진 나이테가 출렁
      원을 그리며 퍼지고
      그 물살이 껍질에 닿으면
      뿌리까지 흔들리는 나무,
      몇 번의 망치질이 이어지면
      팽팽했던 나이테 서서히 늘어지고
      저 물결도 굳어 버리리라
      이미 밑둥치는 뱀처럼 허물을 벗고
      훌쩍 시간을 넘어 사라지고 있는
      팽나무를 보고 있으면
      다리 절고 걸어오는 아버지,
      나는 저 거대한 고목에 기대
      얼마나 많은 세월을 파먹은 걸까
      코코코코콕, 
      망치질이 나를 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