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세포생화학연구실 소개
"진핵세포에서 기질 단백질을 특이화 하는 ubiquitination 과정과 실제적으로 단백질 분해가 일어나는 proteasome system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 연구실에서는 기질 특이성이 결정되는 ubiquitination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그 중 실제적으로 기질 단백질들을 결정해주는 단계인 E3 ubiquitin ligase라는 것에 집중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Nat. Cell Biol.에 발표된 연구성과의 주요 내용과 의의
"단백질 분해는 다양한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대사 과정을 조절하는 시스템으로 많이 연구되어지고 있다. 우리가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단백질 분해, 특히 단백질 분해의 기질 단백질을 특이하는 과정에 대한 것인데, 그 과정에서 어떤 종류의 기질 단백질들이 연결되느냐에 따라서 연구 방향이 암 발생과 연관될 수도 있고 면역학과 연관될 수도 있는 분야이다.
지난 번 발표했던 논문의 주 내용은 기질 단백질을 특이화 시켜주는 factor의 기질 단백질로 Histone deacetylase(HDAC)를 발견하게 되었다. HDAC은 세포 내에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연구하는 E3 ubiquitin ligase, 즉 Chfr이라는 단백질이 HDAC을 어떤 식으로 조절하느냐에 따라서 세포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조금 더 설명을 드리자면, 세포가 손상을 입게 되면 Chfr은 일종의 check point protein으로써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래서 세포는 일단 세포주기를 멈추게 되고, 그 사이에 손상을 복구시키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만약 그 시스템이 잘못 되게 되면, 세포는 손상을 복구시키지 않고 계속해서 세포주기가 돌아가기 때문에 암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한 연구 내용은 어떤 세포가 손상을 입었을 때 Chfr이 HDAC이라는 것을 down-regulation해서 세포주기를 멈추고 복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밝혔다. 그래서 우리들이 실제적으로 살펴 봤더니 대부분의 암 세포에서는 Chfr이 발현되지 않거나 발현이 되어도 활성이 없는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이 직접적으로 암 발생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관한 하나의 단서를 얻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암 발생 후 암이 전이되는 과정에서도 Chfr이 HDAC을 down-regulation한다는 중요한 메커니즘을 밝힌 내용이다."
앞으로의 연구 방향
"인간의 세포에서는 ubiquitination system이 일종의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고 있다. Ubiquitination은 E1, E2, E3 라는 세 개의 enzyme system에 의해서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이다. 조금 과장해서 얘기하자면, E1은 1 종류, E2는 50 종류, E3는 최소 500 종류로 존재하는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중 E3가 기질 특이성을 결정하는 것이고, E3 중 하나가 Chfr이다. 아직 해야 할 것이 굉장히 많다. 최소 500 종류가 있을 것이라는 것도 다 밝혀져서 기능 연구가 되어진 것이 아니라, 게놈 프로젝트 상의 시퀀스를 통해 E3라는 예측만 한 것이다. 실제 기능이 잘 밝혀진 E3는 많이 잡아 20개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가 처음 target으로 잡은 것은 Chfr이라는 ligase였고, 그 일이 점점 진척되면 그 이외의 다른 종류의 E3에 대해서도 세포 내에서 어떤 생리학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지를 앞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진행중인 공동연구
"이미 target molecule이 잘 밝혀져 있다면 그것을 가지고 다른 각도에서 연구를 하는 실험실과 공동연구를 하게 된다. 서울대학교 이준호 선생님 연구실에서는 주로 C. elegans 모델 시스템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계신데 그 연구실과도 공동연구를 한다. 그 외 암 관련 연구를 하시는 다른 의대 선생님들과도 공동연구를 한다."
연구과정에서 직면하게 되는 난관에 대해서…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실험을 했을 때, 결과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나오거나 해석을 할 수 없는 실험결과가 나오면 학생들이 대부분 좌절을 하고 힘들어 한다. 물론 나도 그런 경험을 많이 했지만, 그런 경험들이 오히려 자신이 발전시킬 수 있는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은 결과가 중요한 때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한 때라는 말을 학생들에게 종종 해준다. 뭔가 잘못되었을 때, 생각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그 때 가장 많이 배우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것에 대해서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고 계속 생각을 하게 되고 다른 문헌을 찾게 되거나 다른 것들을 더 공부해서 그 원인을 파악하게 되고 결국은 그것을 극복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질문:실적을 내야 하는 PI로서 기다리는 것이 어렵지 않은지..) 그래서 연구실을 운영한다는 것이 사실 어렵다. 실험실에서 나온 연구 결과를 가지고 논문을 많이 발표해야 연구비도 수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을 지도하는 PI입장에서는 그 밸런스를 유지시켜야 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생각되고, 아직까지 나도 그 부분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PI로서는 결과가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는 과정이 중요하다 라는 점이다. 이러한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연구자로서 중요했던 선택의 순간은?
"두 가지가 있다. 그 한가지는 국내에서 박사를 했다는 점이다. 내가 박사학위 과정 중인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서 박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한국에서 석사를 하고 박사학위는 유학을 가서 취득하는 이가 많았다. 그 때 국내에서 박사 과정을 하겠다고 결정을 했다. 그 당시 나의 선생님 실험실이 그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었기 떄문에 주저없이 결정을 했었다. 그것이 나의 연구를 연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고 미국에 postdoc.으로 갈 때 나름대로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게 될 수 있었다.
또 하나는 Post-Doc을 나갈 때 두 가지 랩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었다. UCSF(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에 있었던 연구실과 Caltech에 있었던 연구실이었다. 그 중 한 연구실은 이미 잘 셋업되어 있었고 대가의 반열에 들어선 연구실이었고, 다른 한 연구실은 1~2년 전에 조교수로 부임해 온 분이 운영하고 있던 곳이었다. 이미 잘 구축된 연구실에 들어갔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들도 많이 있을 것이고 새로 시작되는 연구실은 당시 PI도 젊어서 연구활동이 아주 활발할 것으로 생각되어서, 그 두 연구실을 놓고 많은 생각을 했었다. 결국은 잘 구축된 연구실이 아니라 새로 시작하는 연구실로 Post-Doc을 가기로 결정했다. 일종의 모험이었다. Postdoc을 했던 연구실은 Caltech의 Ray Deshaies라는 분의 연구실이었다. 그 분이 조교수로 부임해온 지 2년 째 되는 때 내가 그 연구실에 합류하게 되었다. 처음 시작하는 연구실이었기 때문에 셋업을 하면서 오히려 한국에 돌아와 나의 연구실을 셋업할 때 훨씬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대가 반열에 올라 있었던 연구실은 이미 그 당시에 한창 정점에 있었고 지금은 조금 내려가는 단계에 있지만, postdoc을 했던 Caltech 연구실은 지금 완전히 정점에 올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이들에게…
"이공계기피는 일종의 사회적인 현상이면서 문제가 되는 것 같다. 특히, 의학전문대학원이 생기고 나서 우리 학부 학생들도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많이들 가는 추세이다. 우리 실험실에서도 공부를 계속할 계획을 가지고 대학원에 입학한 학생들이 석사 과정만 마치고 나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실험실을 이끄는 PI 입장에서 보면 손실이 크다. 연구를 연속적으로 진행해 나가야 하는데 도중에 중단이 되고 다른 신입생이 들어오면 다시 처음부터 훈련을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일이 진행되지 않고, 중단 또는 오히려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앞으로 가야한다. 그래서 이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이 좀더 진지하고 충분한 고민을 한 다음에 진로결정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기초연구를 하는 과학자로서의 바람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투자를 해야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투자 없이 결과만 나오기를 바란다는 것은 무리이다. 그런데 기초 학문 부분에서 투자라는 것이 한 번으로 다 되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코 그렇지 않다. 고가 장비도 필요하고 실험 테크닉도 나날이 발전하면서 사용되는 시약이 고가 제품들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투자를 계속적으로 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경제 원리가 적용되는 사회에서는 대부분 그렇겠지만, 기초학문에 응용적인 것들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단적인 예로 연구 계획서나 연구비 신청서를 작성하는 양식이 파급효과, 예상 기대치, 현재의 기술단계 등 대부분 기술 중심적으로 되어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일단 연구과제가 선정이 되고 난 후에는 최소한 기초학문 분야에서 만큼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다음 결과를 놓고 판단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