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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별과 그린 라이프
김민정, 「피해라는 이름의 해피」(낭송 김유리) 본문
김민정, 「피해라는 이름의 해피」
만난 첫날부터 결혼하자던 한 남자에게
꼭 한 달 만에 차였다
헤어지자며 남자는 그랬다
너 그때 버스 터미널 지나오며 뭐라고 했지?
버스들이 밤이 되니 다 잠자러 오네 그랬어요
너 일부러 순진한 척한 거지, 시 쓴답시고?
그런 게 시였어요? 몰랐는데요
너 그때 「두사부일체」보면서 한 번도 안 웃었지?
웃겨야 웃는데 한 번도 안 웃겨서 그랬어요
너 일부러 잘난 척한 거지, 시 쓴답시고?
그런 게 시였어요? 몰랐는데요
너 그때 도미회 장식했던 장미꽃 다 씹어 먹었지?
싱싱하니 내버리기 아까워서 그랬어요
너 일부러 이상한 척한 거지, 시 쓴답시고?
그런 게 시였어요? 몰랐는데요
진정한 시의 달인 여기 계신 줄
예전엔 미처 몰랐으므로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사연 끝에 정중히
호(號) 하나 달아드리니 son of a bitch
사전은 좀 찾아보셨나요? 누가 볼까
가래침으로 단단히 풀칠한 편지
남자는 뜯고 개자식은 물로 헹굴 때
비로소 나는 악마와 천사 놀이를 한다,
이 풍경의 한순간을 시 쓴답시고
◆ 시_ 김민정 - 1976년 인천에서 태어났으며,
1999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 「검은 나나의 꿈」 외
9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가 있음. 박인환문학상을 수상함.
◆ 낭송_ 김유리 - 배우. 연극 <1동 28번지 차숙이네>, <옥탑방 고양이> 등에 출연.
◆ 출전_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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