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별과 그린 라이프
[스크랩] 원주 허브 농장 자료 <- 내가 사는 전원주택 같은 본문
원주 허브 농장을 돌아보고
징검다리 휴일 중 하루를 보너스 휴가로 받을 수 있었던 오늘 가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어머니와 아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가족 여행이라도 가는 것 같은 분위기라고 아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아이들이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함께 자주 드라이브를 하고 가끔은 어머니를 모시고 떠났던 가족 나들이도 생각이 났다. 아이들이 자라서 외지로 나간 후에는 드문 일이었다. 가끔 아이들이 언제 오느냐고 물으시던 어머니도 많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계셨던가 보았다. 바빠서 추석에도 집에 들르지 못한 큰아이가 어머니와 잘 통하는 대화 상대였다. 오늘은 작은 아이가 어머니와 함께 가게 되어서 무척 다행이었다. 날씨도 좋았고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 들판이 풍성해 보였다.
새로 개통된 원주까지 가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려서 도착한 곳은 원주 외곽의 한 허브농장이었다. 입장료가 1인 6000원이었다. 전에 와 본 곳이냐고 남편에게 물으니 온 적이 없었고 원주의 가볼만한 곳을 검색해 보았더니 이곳이 제 1순위여서 오게 되었단다. 작은 규모의 농장에는 주인의 손길이 많이 가 있는 정원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어서 걸음을 잘 못 걸으시는 어머니와 함께 돌아보기에 적당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에서 내리자 아들이 내손을 끌어다가 어머니 팔에 걸어주며 나란히 걸어가라고 무언의 제스처를 보이자 어머니가 웃으셨다. 어머니의 걸음이 넘어질까 위태로워 보였던지 키가 비슷한 내가 보디가드를 해드리길 바랬지만 휴대폰으로 몇 장의 사진을 찍느라 뒤쳐져서 그 다음엔 아들이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다녔다.
수생 식물이 자라는 작은 연못을 지나서 오솔길 같은 소로를 걸으며 주제별 정원을 돌아보았다. 외래종 식물이름이어서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어렸을 적에 보았던 칸나, 백일홍처럼 흔히 보았던 꽃들과 울안에 심었던 붉은 빛이 나는 꽈리 열매가 들어있는 식물을 오랜만에 보자 무척 신기했다. 그 꽈리 열매를 매만져서 속에 있는 작은 씨앗을 빼내고 실제로 꽈리를 불기도 했던 기억이 났다. 뽀드득 소리가 나는 문구점에서 살 수 있었던 고무 재질로 만든 꽈리를 요즘에는 전혀 본 적이 없다. 오래전 기억이어서 어떻게 꽈리를 불었는지도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작은 구멍이 뚫린 꽈리를 혀와 아래 입술 사이에 얹어놓고 윗니로 살짝 눌러서 소리를 내었던 것 같다.
시골에서 남자 아이들이 버드나무 껍질을 칼로 잘라 껍질을 벗겨내어 호드기를 불었듯이 초등학교 시절 향기로운 냄새가 진한 풍선껌과 꽈리는 여자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혀를 쏙 내밀어 껌으로 풍선을 크게 불다가 터지면 콧잔등에 그대로 붙기도 했다. 인기가 많았던 풍선껌에 비해서 꽈리는 더 일찍 관심 밖으로 밀려났지만 초등학교 오학년 때 친구들과 시샘을 해가며 불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길가에 키가 큰 자작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곳을 지나서 회색과 흰 빛이 섞인 양과 공작이 한 우리 안에 있는 관찰원에 이르렀다. 염소와 생김이 흡사한 양이라고 생각했다. 이름을 보기 전까지는 염소와 구별이 어려웠다. 주변의 나뭇잎을 따서 넣어주자 잘 받아먹는 모습이 신기한지 어린 아이들이 그 곳을 떠나려하지 않았다. 그 곳을 떠나서 가을 꽃 들이 피어있는 정원을 돌아보다가 붉은 열매가 촘촘히 달린 이름 모를 식물도 보았다. 구절초처럼 생긴 보랏빛 국화꽃이 핀 곳도 지나고 노란 소국이 피어있는 가을 정원은 봄꽃이 핀 정원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수수하고 소박했다.
작은 수련이 예쁜 길을 지나서 허브정원에도 들렀고 작은 규모의 분수 정원에도 들렀다. 어린 아기들이 돌을 모아서 작은 연못 안에 퐁당퐁당 던져 넣고 있었다. 눈 빛깔이 다른 페르시안 고양이가 살고 있는 쉼터에도 잠깐 들렀다. 고양이가 이 곳 저 곳으로 자리를 옮기지도 않고 아이들이 털을 쓰다듬어 주는데도 경계의 빛을 보이지 않고 얌전히 앉아있는 모습이 신기하고 좀 측은해 보였다. 마치 고양이가 그 집의 주인인양 당당하고 여유로워 보였지만 다른 동물이라곤 그 곳에 없어서 적적해 보였다. 그 곳에는 가을 꽃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치유정원이라는 홍보 문이 붙어있는 농장 안에는 작은 화분이 키 낮은 펜스에 매달려 있기도 했고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오랜만의 나들이로 요즘 바깥 활동이 줄어드셔서 집안에서 늘 적적하게 지내시는 어머니와 바쁘고 여유 없이 지내느라 가족 간에 서로를 배려하지 못했던 우리들 마음에도 작은 평화가 자리 잡길 바랐다.
정원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허브 뜰 족욕장에서 따뜻한 물에 발을 담갔다. 연세가 드신 인상이 좋고 잘 웃으시는 아주머니께서 허브가 들은 주머니를 주물러서 뜨거운 물에 담근 다음 따뜻한 물과 찬물을 섞어서 물통에 물을 채워주셔서 고마웠다. 자신의 일이기는 하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봉사를 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계속 허리를 굽혀가며 족욕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친절한 설명과 함께 하시는 일에 정성이 느껴졌다. 10여분 동안 발을 담그고 있으니 피곤이 풀리는 듯 했다.
집에서 늦게 출발하여 점심시간이 많이 지난 시각이어서 그 곳을 나와서 차를 타고 근처의 식당에서 추어탕을 먹었다. 전에도 음성에 사시는 외삼촌과 함께 어머니께서 원주로 추어탕을 드시러 오시기도 하셨던 기억이 난다고 하셨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어머니가 어느새 점심값을 지불하셔서 우리를 무안하게 하셨다. 어렸을 적에 어머니께서 집에서 추어탕을 끓이시던 모습을 본 이후 꿈틀거리던 미꾸라지 생각이 나서 먹어볼 생각을 못했던 추어탕을 몇 해 전 친구가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용기를 내어 먹어본 후 지금은 무청을 넣어서 끓인 추어탕을 산초가루 까지 넣어서 잘 먹을 수 있게 된 나였다.
돌아오는 길에는 제천 쪽으로 오다가 지어진 지 100년이 되었다는 용소막 성당엘 잠깐 들렀다. 작년엔가 나만 한 번 다른 분들과 지나던 길에 들렀던 곳이었다. 성당 앞 커다란 느티나무가 지나온 긴 세월을 말해 주는 듯 했다.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순례자들의 쉼터가 될 것 같았다. 성당 모습을 스케치하고 있는 두 청년을 그 곳에서 보았다. 아늑한 성당 내부를 잠깐 둘러보고 봉양을 지나서 집으로 향했다.
아직 들판에 남아있는 벼가 있어서 노란 색깔이 무척 아름다운데 더러는 벌써 벼를 벤 곳도 눈에 띄었다. 맑은 햇빛과 바람과 푸른 하늘 모두가 아름다웠던 한나절의 나들이였다. 어머니가 좀 힘들어하실 것 같아서 짧은 드라이브를 나섰지만 돌아올 땐 마음 안에 가을 풍경과 꽃의 잔상들이 남아서 한결 마음이 가볍고 즐거웠다. 좀 더 가을이 깊어지면 오늘 지나온 한적한 드라이브길이 경치가 더 아름다워질 것임도 짐작했다. 손으로 잔가지를 흔들면 잔잔한 향내가 피어오르던 허브향이 혹시 옷에라도 묻어오지 않았을까 손으로 바람을 일으켜 보았다.
(2012. 10. 2. 화요일 원주 허브 농장을 돌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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