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초록별과 그린 라이프

[고정관념의 오류] 뇌 일부만 사용하는 것 아니다. 본문

Our issu.&New thinking/+3)사회문화전반

[고정관념의 오류] 뇌 일부만 사용하는 것 아니다.

김민섭 [Dr. rafael] 2014. 11. 17. 20:52

뇌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몇 가지 고정관념이 있다. 그래서 그 잘못된 고정관념에 빠져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특히 아이들의 인지발달을 위해 어릴 때부터 시키는 뇌교육 훈련이 그런 경우다.

예를 들어 ▲ 우리는 뇌를 10%만 활용하고 있다. ▲ 자극제가 풍부한 환경은 취학하기 전 아동의 인지발달에 도움이 된다. ▲ 선호하는 학습 스타일, 즉 시각, 청각, 운동감각으로 배우면 학습 능력이 향상된다는 등이 그것이다.

 

뇌는 종합시스템으로 100% 전체를 활용해

2013년 08월 09일(금)

▲ 인간이 사고할 때는 뇌의 일부분만이 아니라 100% 풀 가동한다.  ⓒgeteasyway.com


‘10%의 신화’ 믿는 사람들 이외로 많아

우선 우리가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개념은 분명 거짓이다. 그러나 ‘10% 신화, 10% myth’로 알려진 이 개념은 일반인들의 사고에 뿌리깊게 박혀있다. 심지어 일부 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들도 믿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통념과는 다르게 우리는 뇌 전체를 활용한다.

그래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뇌는 엄청난 양의 지식을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생 동안 뇌세포의 아주 일부인 10% 밖에 활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뇌는 무한정의 지식을 받아들여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과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내용이다. 10%의 뇌 이론은 결코 과학적으로 입증된 적이 없다. 만약 거기에 몰입한다면 옳지 않은 함정에 빠질 수가 있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간에 우리는 생각하고, 상대방을 사랑하면서 탄력적으로 100%의 뇌를 풀 가동하여 사용하고 있다. 뇌 세포들 가운데 몇 %만 떼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고는 뇌의 종합시스템의 산물이다.

우리는 뇌를 100% 풀 가동하고 있어

일부 과학자들은 뇌에서 일부 영역에만 불이 들어온 이미지를 보여주는 뇌 영상연구 때문에 이 같은 잘못된 믿음이 공고해졌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뇌 영상에는 우리의의 사고, 믿음에 있어 뇌의 아주 일부분만 관여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생각과는 다르게 우리는 뇌 전체를 활용한다.

사용되지 않는 뉴런은 죽고, 쓰지 않는 뇌 회로는 위축된다. 활동량이 기준치를 넘는 영역에만 불이 들어오는 것일 뿐이다. 불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부분이 잠들어 있거나 사용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평소에 뇌의 극히 일부분만을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위에 언급한 세 가지 고정관념은 모두 거짓이거나 적어도 과학적 증거로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세가지 고정관념을 믿어왔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세 가지 다 거짓이라는 사실을 간파한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테니 말이다.

네덜란드 VU대학교와 영국 브리스톨 대학 공동 연구진이 학술지 ‘심리학 프론티어’에 발표한 논문에서 초중등학교 교사 242명에게 뇌의 작용에 대하여 널리 잘못 알려진 속설을 뜻하는 ‘신경신화(neuromyth)’에 대해 물어봤다.

VU대학 샌 데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진행한 이 연구결과를 보면 47%가 ‘10% 신화’를 사실로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이들의 환경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면 뇌가 더 잘 발달한다는 두 번째 신화를 믿는 교사는 76%나 됐다. 그러면 이런 관념은 어디에서 파생됐을까?

쳇바퀴, 터널 등 놀이시설 인지발달 저해해

쳇바퀴와 터널 등 놀이시설을 우리에 넣어준 생쥐와 아무 것도 제공하지 않은 생쥐의 인지능력을 비교한 실험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풍요로운 환경을 만들어주면 뇌가 더 잘 발달한다는 통념이 생겨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같은 실험은 극도로 황폐하고 비정상적인 환경일 경우에는 오히려 자유롭게 놀이를 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과 소통할 기회가 풍부하고 자연스러운 환경에 비해 인지발달이 저해된다는 사실만 입증했을 뿐이다.

타인과 소통하고 교감할 기회가 차단된 환경에서 성장하면 아동의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지, 평범한 환경 이상으로 자극제가 많은 환경이 반드시 인지발달을 북돋운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아인슈타인은 어린이들의 모델이다. 아인슈타인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베이비 아인슈타인’이라는 비디오가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이 비디오를 끊임없이 반복해서 보여주면 인지발달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극제는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학생선호 학습 스타일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한편 학습스타일에 관한 세 번째 신화가 가장 널리 퍼져있었다. 무려 94%가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습스타일로 가르쳤을 때 학생들이 더 잘 받아들인다고 믿는다. 물론 학생들에게는 저마다 좋아하는 학습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일반인들의 기대와는 전혀 달리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습 스타일로 배운다고 해서 더 효과적으로 학습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사실이다. 이것 또한 여러 실험에서 입증된 내용이다. 

 

▲ 다니엘 윌링엄 버지니아 대학 인지심학 교수  ⓒ버지니아 대학

버지니아 대학의 인지심리학자이자 저술가로 활동중인 다니엘 윌링엄(Daniel T. Willingham)은 2009년에 출간한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라는 저서를 통해 이러한 딜레마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연구진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습스타일을 알아본 후, 학생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든 아니든 무작위의 방법으로 정보를 제공했다.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언어 정보(이름) 또는 시각 정보(그림)로 어떤 대상을 암기하도록 시킨다.

시각 정보를 제공했을 때 대체로 암기를 더 잘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습 스타일과 강의 스타일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수련의에게 새로운 시술을 가르치면서 ‘감각’에 의한 학습과 ‘직관’에 의한 학습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됐다.

물론 훌륭한 교사라면 학생들이 잘 따라오는지 아니면 뒤처지는지 파악해서 그에 맞게 강의 방식을 조절할 것이다. 가령 장애가 있는 학생은 각별한 지도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심리과학협회가 의뢰한 포괄적인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습 스타일에 맞게 강의 방식을 맞춘다고 해서 성취도가 더 높아진다는 증거는 본질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는 교사들에게 당연히 충격적이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도 의외로 느껴진다. 사람의 직관력으로 판단할 때 학습스타일에 관한 신화가 너무나 자명해서 틀렸다고는 도무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니언 칼리지 심리학과 연구진이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뇌에 관한 잘못된 통념이 뿌리깊다는 사실이 역력히 드러났다. 미국인들의 약 3분의 2는 ‘10% 신화’를 믿는다. 비디오가 녹화되는 것처럼 기억력이 작용한다거나 누군가가 뒤통수를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느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았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데커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신경과학에 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아는 교사들도 대부분의 통념을 믿는다는 것이다. 정신과 뇌에 대한 지식을 널리 전파하는 데 열정적인 교사들도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했다.

‘신경신화’에는 어딘지 모르게 직관적인 매력이 있다. 자기계발서나 비즈니스 분야의 상식처럼 급속도로 퍼진다. 그래서 일반인들의 통념에서 완전히 없애는 것은 시지프스의 형벌만큼이나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교실에서라도 잘못된 통념의 영향력을 조금이나마 줄이는 것이 의미 있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뇌에 대한 편협한 사고방식으로부터 조금씩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