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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별과 그린 라이프

[용인] 삶의 속도를 늦추는 여유 한조각, 보정동 까페거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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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삶의 속도를 늦추는 여유 한조각, 보정동 까페거리

김민섭 [Dr. rafael] 2011. 7. 16. 17:49

 

그 길을 걸으면 누구나 알게 된다. 이곳에서는 앞만 보며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말이다. 어디선가 피어오른 향긋한 커피 향이, 테라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의 편안한 미소가, 엄마 손을 잡고 가로수길을 거니는 꼬마들의 웃음소리가 ‘긴장을 풀고 느긋하게 쉬어가라’며 속삭이는 곳. 용인시 보정동 카페 거리다.

 


네모난 블록 위에 줄 맞춰 세워진 아파트, 상가, 공원…. 신도시 또는 택지개발지구라 불리는 계획 도시의 비슷한 생김새에 그곳에 사는 우리네 삶의 풍경까지 닮아버린 건 아닐까. 주말만큼은 삶의 템포를 반 박자쯤 느리게 한 후 영화 속 주인공처럼 같은 듯 다른 일상 속으로 빠져든다.


마음까지 사로잡은 거리

지하철 분당선 죽전역과 보정역 사이에 있는 ‘보정동 카페 거리’가 알려지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 일이다. 가로수가 줄지어 늘어서 있던 보행자 거리에 카페와 레스토랑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몇 년 사이 거리의 빈자리를 100여 곳의 특색 있는 가게들이 빼곡히 채웠다. 이후 보정동 카페 거리란 이름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이곳 역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과 삼청동 카페 거리 등 여느 유명한 카페 거리처럼 저마다 특별한 콘셉트의 인테리어와 분위기를 뽐내고 있다. 처음 사람들의 ‘눈길’을 끈 것은 카페 거리 특유의 이국적 정취였다. 여기에 카페 거리에 모여든 이들이 자연스럽게 형성한 문화가 더해지면서 사람들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아파트촌의 작은 천국 카페 거리가 만들어내는 문화의 향기가 그윽하다. 가로수가 늘어선 길을 중심으로 카페가 한두 집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100곳을 넘었다.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은 이곳은 공기마저 이국적이다. 테라스 너머로 들려오는 나지막한 웃음소리와 이야기 소리…. 굳이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지 않더라도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문화와 만난 카페

‘과연 카페 거리가 나올까?’ 지하철 분당선 죽전역에서 내려 보정동 카페 거리로 가는 길이라는 빨간색 다리를 건너며 생각했다. 눈 앞에 보이는 나무가 우거진 공원과 그 옆을 흐르는 탄천, 스포츠 시설과 야외 공연장이 카페 거리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일반적인 주변 풍경은 아니었던 것이다. 불안함도 잠시, 공원 사잇길을 지나 평범한 상가 모퉁이를 돌자 거짓말처럼 카페 거리가 나타났다.


자그마한 길을 따라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 옷과 소품 가게 등이 작달막한 가로수와 함께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길에는 편안한 복장으로 산책을 나온 이들, 아이들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온 젊은 부부들, 데이트하는 연인들이 천천히 걸음을 맞춰 걷거나 멈춰 서서 사진을 찍고 있다. 레스토랑과 카페 테라스에는 혼자 앉아 책을 읽거나 즐거운 표정으로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이 드문드문 자리를 잡고 있다.


가로수길 사이에 난 안쪽 골목으로 들어서니 카페 하나를 전세 낸 것처럼 혼자 독차지한 이도 보였다. 카페 거리의 문화는 이런 방해받지 않는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어딜 가든 종종 자리가 없어 카페를 찾아 방황하거나 기다려야 하는 일이 있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걸음이 빨라지고 같은 테이블에 앉은 친구에게 말을 하려면 목소리는 커지게 마련이다. 여기에서는 이런 수고스러움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한적해 보이는 아파트 단지 한쪽에 자리 잡은 만큼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넉넉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에 공연과 전시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자연 문화 공간이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고양시 일산구 라페스타, 양주시 장흥 아트밸리 등 경기도에 있는 카페 거리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대하는 방법은 커피의 종류 만큼이나 다양하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바뀐 약속 장소를 바쁘게 적은 쪽지들이 덕지덕지 붙은 다방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던 그 시절의 특별함은 맛보기 어렵지만, 요즘의 카페 문화는 분명한 색을 낸다.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일상의 여유로움을 즐기는… 그것이 우리시대 카페 문화다.



 


‘천천히’ 그리고 ‘느긋하게’

이곳 주민들은 일부로 시간을 내서 찾아가야 하는 곳이 아닌 집 앞에 산책하러 나가듯 언제라도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곳으로 카페 거리를 찾는다. 사진기를 보더니 흔쾌히 모델이 돼주던 이탈리아인 요리사와 들어와서 사진을 찍으라며 문을 활짝 열어주던 카페 사장님에서 그들을 보며 함께 미소를 짓는 주변 사람들까지 여유를 즐기는 것이 습관

처럼 몸에 밴 이들이 만들어내는 편안한 분위기가 거리 곳곳에 퍼져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사람이 즐겨 찾는 곳이다 보니 전통차에서 커피, 수제 베이글과 케이크, 한식에서 이탈리아 요리까지 맛볼 수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은 물론 갤러리와 소품, 가구, 옷 등을 파는 가게까지 있어 누구라도 입맛과 취향에 맞는 곳에 들어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곳의 카페 문화를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잠깐이라도 긴장을 풀고 ‘느긋하게’쉬면서 온전한 ‘여유’를 누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