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녹색경영 이제는 ‘그린 팩토리’ - 대전일보

“탄소배출 성적표도 보내줄 수 있나요?”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유럽의 한 바이어가 우리나라 수출기업에게 요청한 내용이다. 전화를 받은 기업인 A씨는 황당해 할 말을 잃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 기업인은 최근 우리나라에도 저탄소 녹색바람이 부니 이제서야 그때 바이어가 한 말을 이해하겠다고 했다.

저탄소는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고, 녹색성장은 국가의 경쟁력이 달린 문제다. 또 녹색경영은 기업의 미래와 경쟁력을 결정한다.

특히 선진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EU를 비롯한 선진국은 카드뮴과 같은 유해물질 뿐 아니라 화학물질의 사용, 에너지 사용 제품의 규제, 전기·전자 제품의 사용 후 회수 및 재활용 의무 등을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이러한 환경규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성장을 할 수 없다. 세계 각국이 요구하는 각종 환경규제가 국제무역에서 일종의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작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과 몇 년 전, 소니사는 수출물품에서 유해화학물질이 발견돼 물품 회수로 수백 억 원의 영업 손실을 보았다. 유해물질은 소니사의 생산공정 때문이 아닌 협력업체로부터 납품받은 부품에서 검출된 카드뮴이었다.

이제 우리나라 중소기업도 완성품을 직접 수출하든, 대기업 제품의 부품으로 납품되어 수출되든, 수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앞으로 점점 높아질 국제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녹색경영이 필수조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소기업 생산품에도 국제 환경규제가 적용되고 있으며, 이를 소홀히 한다면 기업을 넘어 국가적으로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아직 경제가 회복되지 않았는 데 무슨 녹색경영이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녹색경영은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소극적 차원을 넘어 에너지 절감 및 생산성 혁신이라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저탄소 녹색성장이 비록 지구환경 문제에서 출발하기는 했지만 더 이상 환경의 이슈가 아닌 시장의 이슈로 받아 들여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중소기업도 녹색경영을 한다고 하면 중소기업 지원기관이나 금융기관에서 긍정적 평가를 한다. 기업의 경쟁력은 제품의 품질 및 가격경쟁력 이외에 녹색경쟁력이 추가된 것이다.

녹색경영의 다른 한 축은 기존 공정, 공장(사업장) 및 제품의 녹색화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녹색경영 달성은 ‘그린 팩토리 운동’으로 가능할 것이다.

‘그린 팩토리(Green Factory)’는 에너지와 자원 효율성을 높여 온실가스와 환경오염 배출을 저감시키는 제조공정 구조를 갖춘 공장을 말하며, 이를 위해 공장(사업장), 공정 및 제품을 녹색화하는 전사적인 경영혁신 운동이 바로 그린 팩토리 운동이다.

공정의 녹색화는 생산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개선, 에너지와 자원의 사용을 줄임으로써 에너지 효율과 자원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공장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한다든가 작업장의 단상 유도전동기를 3상 유도전동기로 교체하고 형광등을 LED로 교체하는 등의 에너지 고효율화가 이에 해당한다.

또 제품의 녹색화는 에코디자인을 통해 제품디자인을 개선, 제품 사용 시 에너지사용을 줄이거나 제품이 오래 사용되도록 하고 또 다 쓰고 난 뒤 폐기물 소재 일부가 재활용되도록 제품설계에 반영하는 것 등을 말한다.

세계적인 화학회사인 듀퐁이 공장의 녹색화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사례에서 보듯 이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공정 및 공장의 녹색화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이에 중소기업청에서는 녹색경영중소기업 지정제도, 녹색경영 확산사업, 그린팩토리 기술개발 등 중소기업의 녹색화를 촉진하는 사업을 통해 녹색경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인류의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 전세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듯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받기 위해선 환경변화 위기를 기회로 대응해야 하고, 녹색경영에 성공하는 기업이야말로 글로벌 승자가 될 수 있다.

정영태<중소기업청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