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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별과 그린 라이프

김한길 의원의 한글 이름 수난사를 보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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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의원의 한글 이름 수난사를 보고...

김민섭 [Dr. rafael] 2010. 8. 7. 12:10

 

 

 

 

 

 

우리 삼형제의 이름은 '밝힘' '한길' '누리'이다. 내 아버지의 깊은 뜻을 이제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당시엔 거의 전무했을 순 한글이름들이다.

형이 이름 때문에 제일 많이 고생했다. 당시의 중고교생은 반드시 교복에 명찰을 달고 다녔는데, 버스나 전차에서 형의 명찰을 보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해댔다. 그게 진짜 이름이냐, 아버지가 뭐 하는 분이냐, 뭘 밝힌다는 거냐 등등···.

그래서 형은 아에 명찰을 떼어버리고 다녔다. 그러자 훈육부 선배들에게 끌려가서 얻어터지기가 일쑤였다. 허구한 날 맞고만 다닐 수는 없는 일이어서, 아니면 아버지까지 조롱하는 선배들을 용납할 수 없었는지. 어쨌든 형은 학교에서 난동을 부리다가 쫓겨나서 검정고시를 거치고야 겨우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형은 그러고도 이름을 바꾸거나 가명을 쓰는 일이 없이 지금까지 지낸다. 뿐만 아니라 형은 자신의 두 아이에게도 한글이름을 주었다.

내 이름 '한길'은 큰길이라는 뜻이다. 물론 호적에도 한글로 올라있다. 그런데 한글이름 같지가 않은 탓인지, 신문이나 잡지에 내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할 때부터 주로 한자로 소개되는 거였다. 나는 해당 기자들에게 전화나 편지를 해서 한글이름이라는 걸 밝히고 있지만, 요즘에도 종종 한자로 실린 내 이름을 만나곤 한다. 일부 기자들은 사람 이름을 꼭 한자로 써야만 성의 있는 기사라고 생각하나보다.

 

- 김한길의 책 "아침은 얻어먹고 사십니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