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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주제] 국회의원, 방송 많이 타면 된다?

김민섭 [Dr. rafael] 2010. 8. 8. 23:12

국회의원, 방송 많이 타면 된다?

퍼온 글 2008-04-10 11:01:30

 

 



이번에도 유명한 분들이 꽤 많이 당선되셨습니다. 특히나 아나운서 출신의 의원님들이 많이 탄생하겠더군요. 사진에 없는 분들 중 변웅전 박영선 당선자가 있고, 박찬숙 신은경씨는 낙선했습니다.

선거 때 유명인들이 출마를 하면 벌써 선거운동은 절반 이상 해 놓은 셈이라는 말이 있죠. 특히나 방송활동을 통해 얻은 지명도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래도 날이 갈수록 연예인 출신 국회의원은 줄어드는 셈입니다. 한때는 한 국회에서 서너명의 연예인 의원이 있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득 생각나는 옛날 일이 있군요.


벌써 오래 전 일입니다. 1992년, 14대 국회의원 선거가 한창 벌어지고 있을 때 대학원 선배 한 분이 이색 논문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였던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대발이 아버지 역으로 인기 높았던 이순재씨가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죠. 그 선배는 '드라마 이미지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사를 해 보기로 합니다.

당시 중랑 을 선거구에서는 민자당의 이순재 후보와 민주당의 이상수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13대 선거때도 두 사람이 맞붙었지만 당시엔 이상수 후보가 승리했죠. 하지만 상황은 전혀 달랐습니다. 국민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대발이 부자의 인기는 하늘 끝까지 올라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논문의 핵심 포인트는 '과연 사람들은 드라마 이미지를 보고 투표를 했을까'였습니다. 이걸 알아보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죠. 투표소 앞에 가서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누구를 찍었느냐', 그리고 '그 사람을 왜 찍었느냐'고 물어보는거죠.

세상이 좋아져서 요즘은 '출구조사'라는 말이 그리 낯설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이런 조사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선배는 후배 몇명을 동원해 중랑구의 한 투표소 앞에서 약식 출구 조사를 벌였습니다.

그런데 투표소 주변에는 양쪽 후보들의 선거 운동원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수상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고 이상수 의원 측 운동원들이 다가왔습니다. 뭘 하는지 슬쩍 슬쩍 보던 이 사람들은 설문지에 '사랑이 뭐길래' '이순재 후보' 등이 보이자 눈이 확 뒤집힌 겁니다. 안 그래도 '사랑이 뭐길래' 열풍 때문에 조마조마한 판에, 누군가 수상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 거죠.

처음부터 "누구 허락 받고 여기서 이따위 짓을 하고 있느냐"고 나오니 이쪽에서도 좋게 대응할 리가 없었죠. "이건 어디까지나 학술 논문을 위한 것이고, 굳이 누구 편을 드는게 아니다. 또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니 투표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이미 흥분한 사람들 귀에 그런 말이 들릴 리가 없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하필 그 투표소에 나간 후배는 대구 출신이었던 겁니다. 이상수 의원의 지지자 중에는 호남 출신이 많죠. 대구 사투리를 들었으니, '이건 적들의 음모'라는 생각에 기름을 부은 결과가 됐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그 투표소 앞에 있던 대학원생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봉고차에 실려 어디론가 향했습니다. 말하자면 납치...된 거죠.

도착한 곳은 이상수 의원 선거대책본부. 경황없이 끌려온 학생들은 여기저기서 "저놈들 죽이고 우리도 다 같이 죽자"고 겁 주는 분위기에 기가 팍 죽었답니다. 그래도 학생들이 두서없이 항변을 계속하고, 결국 책상을 꽝꽝 치며 울분을 토해내던 이 후보의 최측근이라는 분은 설문지에 쓰여있는 'XX대학교 신문방송연구소'라는 곳으로 전화를 걸어 논문 책임자로 되어 있는 아무개를 호출합니다.

'후배들 얼굴을 다시 보고 싶으면 당장 달려와서 해명하라'는 거였죠. 드디어 논문의 책임자인 선배가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 자, 선배가 헐떡거리며 도착했습니다.

선배(이하 선): 아니 대체 뭐땀시 그러신다요?
이후보측(이하 이): 워미...? 느그 집이 으디냐?
선: 여순디요?
이: 여수여? 여수 으디냐?

자, 이상수 후보의 프로필을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이후보는 여수공고 출신이죠. 공교롭게도 이 논문을 준비하던 선배 역시 여수 출신이었습니다.

그 살기 등등하던 분위기가 걸찍한 사투리 한방에 녹아 버렸습니다. 또 이 선배가 언변이 장난 아닙니다. 세상에 국회의원 아무나 하느냐, 드라마 한편 떴다고 국회의원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나도 이상수가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연구를 하는 거다. 이렇게 연구를 하고, 결과가 여기 저기 매스컴에도 공포가 되고 하면 앞으로 정치와 아무 상관 없는 유명세 때문에 당선되는 사람도 없어지고, 이상수처럼 억울한 사람도 없어질 거다. 등등.

(갑자기 반갑다, 친구야... 분위기.)

이제까지 후배들을 닭 잡듯 잡던 무서운 아저씨가 눈물을 흘리면서 선배의 두 손을 잡고, "자네같은 사람이 있어서 정말 나라의 앞날이 밝다. 부디 연구에 매진해서 훌륭한 학자가 되기 바란다"고 격려를 해서 보냈다는 거죠. 밥 먹고 가라는 걸 뿌리치느라 힘들었답니다.

아무튼 이런 코믹한 일이 있었고, 인생사 새옹지마라 돌고 돕니다. 이때 패한 이상수 후보는 15, 16대에서 연속 등원해 3선 의원이 되고, 노동부 장관까지 되시죠.


하지만 이번엔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역시 또 '알려진 후보'인 유정현씨에게 패합니다. 문제의 논문을 쓴 선배는 지금 전남 모 대학 교수로 좋은 나날을 보내고 계시죠. 아, 그 대구 출신으로 그때 곤욕을 치른 분 역시 모 대학 교수가 되셨습니다. 엔딩은 참 각자 모두 다르군요.


뭐 알려진 분들이 국회의원이 되는게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습니다. 정치인의 자질...이라는 건 뭐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널리 알려져 호감도가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뭐 알려졌다고 해서 누가 김태희나 송혜교를 국회로 보낸 것도 아니고.

아무튼 예전엔 이런 일도 있었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