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날] 수선화에게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요점 정리

지은이 : 정호승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교훈적, 감상적, 애상적

어조 : 위로하며 달래는 어조

제재 : 수선화, 고독한 삶

주제 : 사랑의 외로움과 쓸쓸함

특징 : 인간의 외로움을 인간 존재의 근원적 숙명으로 확대시키고 있으며, 그리스 신화의 ‘수선화’에서 시상을 가지고 옴.

 

 

 

내용 연구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고독은 근원적이고 숙명적인 존재임을 말하는 것으로 '이형기' 작 ‘폭포’에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 시퍼런 빛줄기  / 2억 년 묵은 이 칼자욱을 아는가” 에서 존재의 근원적 비극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다. ]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인간에게 고독은 숙명적인 것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눈’과 ‘비’는 시련이자, 주어진 운명으로 그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라는 삶의 태도]

갈대 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고독의 보편적인 확대로 고독은 존재하는 모든 것에 함께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감정이입은 자기의 감정을 대상 속에 동일시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여기서 새, 하느님, 산 그림자나 종소리등 다른 모든 존재들에게도 외로움은 있다는 말로 이들은 모두 시적 화자의 감정 이입으로 볼 수 있음]

 

 

 

이해와 감상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물의 신 케피소스와 님프 레리오페의 아들인 ‘나르시스’은 미청년(美靑年)으로 물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의 아름다움에 홀려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결국 물에 빠져 죽어서 수선화로 피어났다는 이야기(그의 이름은 ‘자기애(自己愛;narcissism)’를 가리키는 정신분석학의 용어로 쓰이고 있다.)에서 모티브를 얻어, 응답 없는 사랑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인간 존재의 숙명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는 가슴 아픈 작품이다. 이 시에서 시적 화자는 외로움이라는 것은 근원적으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숙명적인 것으로 ‘하느님’조차 이 외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한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역으로 외로움에 떨고 있는 모든 이를 위로하는 말로 외로움은 그 누구에게나 있기에 그것은 슬픔이 아니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