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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살인자 - 국민 병 ‘고혈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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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살인자 - 국민 병 ‘고혈압’

김민섭 [Dr. rafael] 2011. 2. 23. 08:10

'침묵의 살인자.' 국민 병으로 잘 알려진 고혈압의 또 다른 이름이다.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질환을 초기에 발견하기 어렵고, 자칫 방치했다가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해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붙여졌다. 실제 환자 중에는 합병증 치료나 건강검진 등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혈압이 정상보다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가 많다는 것.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고혈압 환자 절반 이상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종훈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고혈압은 순환기질환 중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질환으로,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약 25%가 환자군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안타까운 점은 환자 절반 정도가 자신의 상태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채 일상생활을 하고 있으며, 설령 치료를 받고 있더라도 그중 10% 정도만 정상적인 혈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별다른 증상이 없고, 일상생활이 가능한데도 고혈압은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할까. 답은 '그렇다'다. 성인병의 대표격인 고혈압은 한 번 걸리면 여간해서 완치가 어렵고, 그렇다고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뇌졸중이나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무서운 질병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장(콩팥) 기능이 악화돼 만성신부전증을 초래할 수 있고, 눈의 망막에도 출혈을 일으켜 시력 장애를 가져오기도 한다.

의사들의 고혈압 진단은 일반적으로 '고혈압 절대수치' 등 가이드라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일주일 간격을 두고 2회 이상 혈압을 측정했을 때,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이면 고혈압 환자로 판정한다는 것. 요즘에는 24시간, 20~30분 간격으로 혈압을 자동 측정해주는 기기를 통해 고혈압 유무 진단과 함께 치료 개시 여부, 진행상황 평가 등이 이뤄진다.

특히 고혈압은 눈의 망막을 통해 직접 조사가 가능하다. 박종훈 교수는 "고혈압이 계속되면 가장 먼저 가느다란 동맥(실핏줄)에 경화가 일어나는데, 눈동자 안쪽에 빛을 비춰 뇌동맥의 가지인 망막동맥의 상태를 살펴보면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저염식 식사요법이 예방 최상책

그렇다면 고혈압의 종류는 어떤 것이 있고, 치료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을까.

혈압이 높아진 원인에 따라 크게 '본태성'과 '2차성'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본태성은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일부 환자의 경우 유전적 소인이나 환경 인자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정도다. 그러나 합병증이 생기기 전까지는 별다른 증상을 느낄 수 없어 발견과 치료가 어렵다. 뒤늦게 확인했을 경우 합병증 유발을 방지하고,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길밖에 없다.

나머지 10%에 해당하는 2차성은 신장이나 내분비계통 등 신체의 다른 원인 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다. 가장 흔한 원인은 신장이나 신장혈관에 이상이 나타나면서 동반된다는 것. 이 경우 혈압을 끌어 올리는 원인 질환을 찾아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고혈압 치료는 크게 비약물요법과 약물요법으로 나눌 수 있다. 상태가 가벼울 경우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비약물요법으로도 충분히 혈압 조절이 가능하다.

가장 대표적인 비약물요법으로는 식사·운동·이완요법 3가지. 전문가들은 식사요법, 그중에서도 저염식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짠 음식이 많아 가능한 한 염분 섭취를 줄이려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적당한 운동이나 체중 조절, 금연, 금주, 스트레스 해소 등이 혈압 조절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약물요법은 비약물요법만으로 조절이 어려울 때 시행한다. 전문가들은 병합요법을 권장한다. 이는 ARB 계열 치료제나 이뇨제, 베타차단제, ACE억제제 등 각종 고혈압 치료제를 복합적으로 처방했을 경우 치료효과가 더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혈압 치료제의 경우 그 종류가 워낙 많고 환자의 상태나 사회적 환경, 연령 등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어 신중한 선택이 중요하다.

무차별적 약물 처방 반론도 많아

박종훈 교수는 "고혈압 환자의 진단과 약 처방 시 개인별 체질과 환경적 요인, 심리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다소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더라도 약을 복용하는 것이 유리할 경우 용량 조절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실제, 베타차단제를 처방한 60대 후반의 환자가 수차례 부작용을 호소했으나 뇌졸중 병력 등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투약할 것을 권장했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고혈압 약은 한번 먹기 시작하면 부작용이 나타나도 평생 끊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뇌졸중 등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단 약제가 결정되면 꾸준히 복용하고, 비약물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경우 약에 대한 반응을 높이고, 혈관 합병증 위험요소를 줄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부 단순 고혈압 환자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약물을 처방하는 우리나라 세태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약물 투여로 발생하는 비용과 부작용을 감안해 볼 때 충분한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것.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상병별 의약품 사용현황을 보면 본태성 고혈압 치료제 청구액이 1조5020억원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년보다 18.7% 증가한 것으로, 7437억원을 청구해 2위를 차지한 당뇨병 치료제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선재광 동국대 한의과대 겸임교수는 "배변 시 혈압이 200mmHg 이상 올라가는 것처럼 인간의 혈압은 신체적 특성과 환경적 요인에 따라 수시로 오르내리는 것이 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특히 고혈압 환자 중 90%는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본태성 질환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무분별한 약물 투입은 오히려 환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식 기자 juju4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94호(11.02.23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