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별과 그린 라이프
요즘 북한 10대 히트 상품은 본문
히트상품은 시대의 흐름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차량용 블랙박스 판매 돌풍의 원동력은 누구나 연루될 수 있는 자동차 사고에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물증을 제공하는 힘이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든든한 목격자’란 콘셉트도 주효했다. 주5일 근무제 전면 시행과 가족단위 여행 트렌드 정착은 캠핑 상품 전성시대를 열었다. 도심의 일상을 벗어나 육체의 피로를 털어내고 영적인 ‘힐링’을 추구하는 상품의 약진은 대세다. 신나는 일이 별로 없는 지구촌의 민초(民草)들이 싸이의 말춤 하나에 열광하고 들썩거린 것도 가벼운 웃음의 힘이다.
▷하지만 진짜 위대한 히트상품의 덕목은 세대와 계층을 초월하는 보편성 아닐까. 상품 출시 초기 폭발적 수요를 창출하다가도 1년도 안 돼 존재감을 상실하는 물건은 수없이 많다. 시대 영합적인 반짝 인기를 누린 것만으로는 히트상품 ‘명예의 전당’ 헌액(獻額) 자격을 얻을 수 없다. 1963년 처음 나온 뒤 지난해 말까지 173억 병 이상을 판 박카스나, 100년 넘는 기간 동안 83억 병을 판 동화약품의 부채표 활명수 정도는 돼야 한다. 국내시장은 물론 러시아, 중국을 석권하고 북한 개성공단 근로자를 매료시킨 초코파이도 다툼의 여지가 적은 최고 히트상품이다.
▷진정한 의미의 시장의 존재가 미미한 북한에도 히트상품은 있다. 문제는 북한에서 어떤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지를 증명할 공신력 있는 지표가 없다는 점이다. 장마당 형태로 존재하는 시장 관련 정보와 북-중 접경지대에서 활동하는 상인 또는 탈북자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종합해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연구전문위원은 2010년부터 북한 10대 히트상품이라는 틀로 북한의 변화에 대한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2010년엔 송이버섯과 꽃게 등이 꼽혔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천안함 폭침으로 대외수출 판로를 잃은 북한 당국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두 물건을 내놓아 일반 주민들이 혜택을 봤다니 아이러니다. 2011년 히트상품엔 휴대전화,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가 떴단다. 한국 드라마 보급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후문이다.
▷작년 북한에서는 이설주 열기가 뜨거웠나 보다. 과거 북한의 ‘퍼스트레이디’와 달리 파격적인 공개 행보를 즐기는 그가 입었던 물방울무늬 원피스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여행허가증 남발로 개인숙박업이 성행하고 퇴폐업종이 늘면서 콘돔 사용도 늘었다 한다. 가장 놀라운 것은 수동 탈곡기의 재등장이다. 아무리 노동력을 총동원한 생산성 향상도 좋지만 시곗바늘을 30년 전으로 되돌리려 해서야 되겠나. 세계는 디지털 혁명을 넘어 게놈 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는 시대에.
2010년의 경우는
탈북자신문 뉴 포커스가 지난해 북한에서는 히트 상품대열에 오른 10가지를 소개했다. 신문은 최근 북한의 인기 상품을 보며 그들의 생활상의 변화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2011년 북한의 인기상품 10가지는 다음과 같다.
10위) 배송 서비스
한국에서 흔히 ‘택배'라고 불리는 배송 서비스를 북한에서는 ‘짐꾼’으로 부르는데 자전거나 손수레 그리고 튼튼한 몸만 있으면 되기에 현재 북한에서 돈을 버는 수단으로 가장 인기가 있다. 터미널이나 시장 등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9위) USB 메모리
개인 PC 사용급증과 남한 드라마나 영화에 대한 유통 규모가 커지면서 단속을 피하는 수단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검열 시에 정보가 비어있다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기억이 살아나서 단속을 피할 수 있는 ‘스텔스 USB’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8위) 커피믹스
북한도 한국처럼 친구나 동료와 만날 때 커피를 주로 애용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오스트리아 회사의 투자로 평양에 비엔나커피전문점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가격이 비싸 아직은 외국인이나 간부들만 이용할 수 있기에 일반 주민은 커피믹스를 선호한다고 한다. 대부분 중국을 통하여 전파된 것으로 여러 제품이 있지만, 한국제품을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7위) 한국산 초코파이
한국 초코파이의 인기는 작년에도 식을 줄 몰랐다. 현금화의 수단으로 이용될 만큼 인기가 높으며 시장에서 개당 50센트에 거래된다고 한다.
6위) 생수
노후 되고 열악한 북한의 상수도 시설 탓에 생수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여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한다. 인기 있는 제품은 ‘강수 약수’ 나 ‘신덕 샘물’이라고 한다.
5위) 휴대전화
북한 주민이 가장 가지고 싶어하는 물건으로 최근에는 복잡한 등록절차 때문에 ‘대포폰’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작년 기준 가입자가 100만이 넘었다.
4위) 통굽 구두
김정은이 권력 이양작업을 순조로이 하고 또한 지지를 얻기 위해 여성들이 바지 입는 것에 대해 자유로운 권한을 주었다고 한다. 그러자 바지(스키니진)를 입은 여성들은 스타일에 대해 좀 더 민감해지고 통굽 구두에 많은 매력을 느끼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보수적이던 북한에서 상대적으로 억눌렸던 여성의 지위증가에 따른 새로운 사고방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위) 이태리 식당
한국, 일본, 중국, 서양음식을 다루는 전문 음식점들이 평양 시내 곳곳에 문을 열었는데 이러한 수적 증가는 외식 가격을 낮추는데 영향을 끼쳤다. 북한에서 이러한 식당은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단체나 기관에 속해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신분이 낮지만 부를 축적한 개인이 자신의 돈을 음식점 기관에 투자하여 ‘레스토랑 매니저’라는 신분을 가짐으로 사회적 신분 상승을 꾀한다고 한다. 더구나 레스토랑은 환율 관련 위험요소를 피할 수 있기에 현금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져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2위) 연탄
연탄은 북한 총 수출액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효자 품목이다. 북한은 늘어난 수입금액을 충당하기 위해 연탄생산 및 수출을 더욱 늘렸다. 그 통에 연탄 가격이 올라서 북한 주민이 예전에 비해 비싼 가격에 살 수밖에 없게 됐다. 더구나 정전이 잦아 겨울나기 용으로 석탄에 대한 수요와 함께 그 인기가 올라갔다.
1위) 개선청년공원
황량하고 낡아서 이용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개선청년공원이 재개장을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오직 허가증을 가진 사람만 입장할 수 있어 정상가 10배 가격인 암표까지 등장하였지만. 그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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